공은 13世 수함(守?)의 두 아들 중 둘째 아들로, 자는 경양(景陽), 호는 용문(龍門), 우암(愚庵), 세심당(洗心堂), 보진당(?眞堂) 등이며, 시호는 문강(文康)이다. 

어려서부터 남다르게 타고난 재질과 영민한 기품이 있어 글을 배움에 한 두 차례만 읽으면 외웠으며, 시구(詩句)를 짓게 되면 시어(詩語)가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19세 때에 생원, 진사, 양시(兩試)에 합격하니 원근(遠近)에서 듣는 사람들이 그 재능을 흠모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형과 함께 조광조(趙光祖)의 문하에서 성리학을 배워 촉망을 받았다. 기묘사화에 연루되었으나 나이가 젊어 화를 면하고 형과 함께 연천 삭녕(朔寧)에 은거하였다. 

뒤에 주위의 천거로 선원전과 영릉의 참봉 등을 지냈으나 신병으로 사직하고 용문산에 은거하며 제자들을 가르쳐 세칭 용문선생(龍門先生)이라 불리었다. 명종 때 조식(曺植)등과 함께 덕행으로 발탁되어 선무랑(宣務郞) 내섬시주부(內贍寺主簿)가 되었다. 그 후 외직(外職)인 장수현감(長水縣監)에 재직하면서 선정을 베풀어 백성들을 편안케 하였으며 고을의 수재(秀才)를 모아 학문을 가르쳤다. 1555년(명종 10년)에 왜구가 침입하여 거진(巨鎭)을 함락시킬 때 우리의 주장(主將)을 설득하여 왜구를 물리쳤다. 왜구가 물러가자 곧 사직하고 다시 용문산아래 옛 은거지로 돌아와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오로지 후생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몰두하였다.

특히 공이 지은 시(詩) “유벽(幽僻)을 찾아가니 구름 속에 집이로다. 산채(山菜)에 맛들이니 세미(世味)를 잊을 노라. 이 몸이 강산(江山) 풍월(風月)과 함께 늙자 하노라”는 공께서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웅지를 접고 유벽한 곳을 찾아 후학을 기르신 동기와 시대 상황을 잘 표현한 대학자다운 면모를 볼 수 있다.

공은 시문은 물론 서화에도 정묘했다. 그림은 난과 죽을 잘 그렸으며 이황, 서경덕, 김안국 등과 친교가 깊었다.

공은 1557년(명종 12년)에 6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 공에게 이조참의(吏曹參議)와 이조판서(吏曹判書)가 추증(追贈)되고 문강(文康)의 시호(諡號)가 내려졌다.

공의 시문집(詩文集)이 열권이나 되고 언행록도 한 권이 있었으나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소실돼 이제 남은 것은 절구(絶句) 몇 수에 불과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운계서원(雲溪書院)에는 조 용문선생 욱(昱)을 주벽으로 그의 형님이신 양심당 성(晟)과 귤우정(橘宇亭) 신변(申?) 등, 세분의 위패를 모시고 제향을 올리다가 후에 용문선생의 손자 둔곡선생(遯谷先生) 형생(亨生)과 증손자 둔촌선생(遁村先生) 문형(門衡) 등 다섯 분의 위패를 봉안하고 매년 추향봉제(秋享奉祭)를 유림주관으로 올리고 있다.